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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수술하는 의사들 한 방에 보내는 '판결'
작성자 : 운영자 등록일 : 2023-08-07


  2023. 8. 7

 

최근 국가적으로 수술을 하는 외과계열을 포함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의료진에 거액의 과실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의료계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의료사고로 인한 보호자 심정을 십분 이해해도 의료진 부족 등 진료현장 현실을 외면한 일련의 판결이 가뜩이나 심화되고 있는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증 심장질환이나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까지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의사들 사이에서는 필수의료가 망해야 다시 살아날 여건이 조성된다는 역설론을 포함 법원 판결을 성토하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외과계열 의사들이 수가는 몇백만원에 불과한 수술에 목숨 걸고 하는데 실수라도 하면 결국 자기 목숨 날리는 수십억원 배상에 무력해지는 상실감이 장기적으로는 후배 및 제자들에 영향을 미쳐서 전공 기피와 회피, 결국에는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 소아 심장수술 관련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의사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 치료를 위해 고난이도 심장수술을 시행한 의료진에게 9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에 동료의사들은 공분했다.

 

수술 직후 인공심폐기 제거 과정에서 혈액 공급을 위해 삽입했던 튜브가 빠져 뇌손상을 입은 만큼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해당 판결을 접한 의사들은 일제히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가혹한 처분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었다.

 

한 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워낙 난이도 높은 수술이고 1세에 불과한 소아환자인 만큼 대동맥 직경이 좁아 의료진은 매우 좁은 시야에서 수술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위험을 감내하고 수술을 시행했지만 되돌아 오는 것은 보호자들의 비난과 소송 제기, 그리고 9억원의 배상금 청구서라는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3년차 외과 전공의는 “잠시나마 소아외과를 고민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의사들에게 위험한 수술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판결”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선천성 심장기형 환아는 수술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라는 게 재판부의 주문”이라며 “앞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부담을 안고 수술을 하려는 의사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위험한 수술, 아예 하지 말라는 메시지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피해자”

“진료현장 외면 엄격한 잣대 처벌 위주 판결, 필수의료 존립 위협”

“젊은의사들, 잠재적 범죄자 가능성 높은데 수술 기피현상 당연”

 

또한 자체 판단에 따라 수술을 늦춘 외과의사에게 형사적 처벌을 내린 판결도 있었다. 수술을 해도 처벌, 안해도 처벌을 받는 혹독한 의사생활인 셈이다.

 

지난 202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장폐색 환자의 수술을 늦게 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난소암 치료를 위해 6개월 전 개복수술한 적이 있고, 환자도 보존적 치료를 원했던 만큼 의사는 상태를 지켜보며 치료했지만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무분별한 처벌 위주 판결을 지양하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면허제도의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순히 결과만 놓고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 처벌한다면 해당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는 또 다른 환자의 진료권을 박탈하는 선의의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외과의사회 역시 “촌각을 다투는 의료 최전선에서 의료를 시행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과정에서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게 관례가 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와 다름 없다”라고 덧붙였다.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무려 12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도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최근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진이 분만과정에서 태동 및 심박동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대응했더라면 태아의 뇌성마비를 막을 수 있었던 만큼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 개원가는 물론 학계에서도 “산부인과 의사를 위축시키고 분만 인프라 붕괴를 야기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의료인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분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불가항력적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 태도가 분만 인프라 붕괴라는 재난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포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연평균 750여명의 의사가 기소됐다. 이는 일본보다 9.1배, 영국보다 31.5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형사처벌 부담으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한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진료과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 처벌 부담을 줄이는 입법을 검토 중이다.

 


일명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가칭)’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사의 의료행위에 이상이 없을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출처) 데일리메디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900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