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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뇌성마비 6억 배상 청구, 이번엔 기각…뭐가 달랐나
작성자 : 운영자 등록일 : 2023-07-31

신생아 뇌성마비 6억 배상 청구, 이번엔 기각…뭐가 달랐나

2023. 7. 31



신생아 뇌성마비 책임을 물어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제기한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신생아 뇌성마비 책임을 물어 산부인과 의료진에게 제기한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 뇌성마비가 왔다며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6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이번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관련 기사: "의사 조치 늦어 신생아 뇌성마비"…12억원 배상 판결).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신생아 뇌성마비 책임을 물어 분만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9년 2월 유도분만 예정일에 맞춰 오전 9시경 B병원을 찾았다. 내원 직후 내진과 태동검사(non-stress test, NST)에서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 초음파 검사는 하지 않았다. A씨는 9시 30분경부터 옥시토신을 맞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8시 5분경 A씨 상태를 살피던 간호조무사 C씨는 양막 파열 후 태아 심장박동수가 90~160회에서 5분 뒤 분당 90회로 감소한 것을 확인하고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했다. 이어 14분경 내진에서 "탯줄이 손가락처럼 가로로 잡힌다"며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보고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D씨는 보고받은 즉시 분만실로 와 제대탈출을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심장박동수가 회복되지 않고 응급처치가 여의치 않자 제왕절개를 결정했다. A씨는 수술에 들어간 지 8분 만인 8시 30분경 신생아를 출산했다.

막 출산한 아기가 심장박동과 호흡이 없고 청색증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응급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상태가 다소 호전되자 9시 13분경 인근 E병원으로 전원했다. 신생아는 E병원에서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와 경직성 뇌성마비 등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 측은 B병원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가 영구 장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금으로 총 6억3,986만3,259원에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분만일 전 B병원에서 받은 초음파검사에서 양수가 적정 수준보다 많았는데 정작 분만 당일에는 초음파검사를 하지 않아 양수과다증을 대비하지 못했고 제대탈출을 방지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또 양막 파열 직후인 오후 8시 5분경 간호조무사 C씨가 이상 소견과 제대탈출 증상을 확인하고도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D씨가 직접 진단하기까지 최소 16분 이상 지연됐다는 게 A씨 측 계산이다. 이 사이 간호조무사인 C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사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내진하면서 전문의 진단이 지연된 점도 문제라고 했다.

A씨 측은 "제대탈출 시 산소 공급을 유도해 저산소증을 피해야 하는데 병원 의료진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제왕절개술이 지연되지 않았으면 무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경증에 그쳤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적정량보다 양수가 다소 많긴 했지만 양수과다증 진단은 나지 않았다. 분만 전에 제대탈출을 예상할 방법도 없었다"며 "유도 분만 직전에 초음파 검사를 했어도 제대탈출 발생 가능성을 완벽하게 예상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여기에 양막 파열 후 제대탈출 진단이 늦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8시 5분에서 10분경 태아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제대탈출이라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 C씨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D씨의 지시·감독 아래 분만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내진했으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감소했다고 곧바로 제대탈출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간호조무사 C씨는 8시 10분경 심장박동수가 감소하자 A씨에게 내진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14분경 제대탈출을 확인하자 곧바로 의사에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B병원 간호조무사 C씨는 제대탈출을 확인하고 곧장 산부인과 전문의 D씨에게 보고했고 D씨는 바로 분만실로 와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태아 심장박동수가 회복됐다가 다시 떨어지자 처음 제대탈출이 확인된 지 약 7분 만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지시하고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따라서 "응급제왕절개수술로 신속하게 분만하는 게 중요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과실로 삼을 수 없다"며 "개인 병원임을 감안했을 때 제왕절개술이 지연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출산 이후 응급처치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 측은 의료진이 "장시간 기관삽관에 실패하고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으며 기관삽관 튜브를 부적절한 위치에 삽입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 D씨는 출산 직후 신생아에게 앰부배깅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5분 뒤 도착한 소아과 전문의 F씨와 함께 기관삽관도 시행했다. 이후 아기의 심장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회복됐고 청색증도 약간 호전됐다"고 살폈다.

재판부는 "이후 8시 38분경 심장박동수가 120회를 넘었고 9시 19분경 E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100회 이상을 유지했다"며 "의료진이 성공적으로 응급처치와 기관삽관을 했고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이 제왕절개수술 위험성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제대탈출 발견 전까지 유도분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양수과다증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제왕절개술 적응증도 아니다. 병원이 제대탈출을 확인하고 태아 심장 박동 감소 전에 미리 제왕절개술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없다. 제대탈출 진단 전까지 유도분만도 정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산모나 태아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A씨에게 제왕절개수술 시도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 측 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