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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필수의료 의사, '얼마나' 보다 '어떻게' 늘릴지에 집중해야
작성자 : 운영자 등록일 : 2023-06-19

지역·필수의료 의사, '얼마나' 보다 '어떻게' 늘릴지에 집중해야
2023. 6.19



단순히 의사 수만 늘려서는 “사람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의료체계”를 바꾸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를 기피하고 미용성형 분야로 가려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의료포럼(KH)이 지난 17일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의사인력정책 무엇이 정답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지적과 우려가 쏟아졌다. 때문에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더라도 ‘얼마나’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는 인구고령화로 입원 이용량이 외래를 앞지르는 상황이 오고 그렇게 되면 의사 인력이 부족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의료이용량이 줄어 의사 과잉 상황에 놓인다고 했다.

이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감축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42년경 현재보다 30% 정도 증원한 4,000명을 배출하고 17년 뒤인 2059년에는 현재 수준으로 다시 줄여 3,100명만 배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약분업 이후 줄인 의대 정원을 다시 늘리고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의사 인력 증감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의사 인력을 증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고령화시대 예상되는 입원 환자들은 주로 의과에서 담당하는 만큼 “한의대 정원은 기능적인 재분배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포럼은 지난 17일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의사인력정책 무엇이 정답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 젊은의사협의체 서연주 공동대표,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 등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의사인력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한국보건의료포럼은 지난 17일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의사인력정책 무엇이 정답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 젊은의사협의체 서연주 공동대표,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 등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의사인력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의대 정원 늘린다면? “지역·필수의료 의사 양성하는 의대에 줘야”

특히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필수의료 결핍 분야에 배분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하겠다는 의대에 정원을 배분하는 게 맞다”며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를 만들겠다고 해서 정원을 줬는데 그 이후 봤더니 (그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 중)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가 없다면 정원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기적인 의사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관리하려면 ‘의료인력관리지원원’(가칭)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관리보다는 지원이 메인이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의사 인력 증가와 감소를 함께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치 또는 비용에 따른 보상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점을 빼는 의사보다 피부암을 보는 의사가 돈을 더 많이 번다. 거기에 더 높은 가치를 쳐주고 그 분야는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에 걸릴 위험도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이나 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지려면 공공의대를 설립해 그곳에서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임준 도시보건대학원장은 “기존 의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교육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이 도시 지역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의사 인력을 확충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공공의료인력이 확충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별개 정책으로 보고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민주당, 공공의대 설립 드라이브 건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학병원 떠나는 주니어 스태프 늘어”

의료현장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젊은의사협의체 서연주 공동대표는 "숫자에만 매몰된 쉬운 방법"으로는 필수의료 인력을 늘릴 수 없다고 했다

젊은의사협의체 서연주 공동대표(여의도성모병원 내과)는 “필수의료와 지역 공공의료 분야 의사 인력 수급 어려움을 단순히 수급 불균형 문제만으로 바라봐선 안된다. 의사 인력 문제는 사람 중심 관점을 가져야 해결할 수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인에게 지금처럼 무작정 헌신과 소명을 강요하고 기대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젊은 의사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 인력이 의미 있게 증가할 것”이라며 “대학병원 인턴 수련 과정을 마친 의사의 30%가 전문의 수련 대신 GP를 진료로 선택하고 있다. 우리 병원 1년차 내과 의국원이 총 6명인데 벌써 50%가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핼액종양내과 펠로우를 하던 동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한 동기들이 최근 병원을 그만두고 미용병원에서 레이저를 들었다. 상대적 박탈감과 과도한 업무량에 지쳐 대학병원 의료현장을 떠나는 주니어 스태프도 점점 늘고 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저렇게 평생 살 자신이 없다고 한다. 악순환은 벌써 시작됐다”고 했다.

서 대표는 이어 “현재 떠나고 있는 전문 인력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현장 의료인의 처우 개선, 미래 비전을 제공해야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의사들이 늘 수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의사를 늘리는 방향은 정원 숫자에만 매몰된 쉬운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 등의 자원정책과 지역별 의료전달체계 등의 공급체계 조직화,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공공보건 지출 확대, 안정적인 수련 시스템 확보를 위한 국가 지원 마련 등 정책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경’ 사라진 의료현장에서 ‘돈’과 ‘위험부담’ 놓고 고민한다면?

평창군보건의료원 박건희 원장도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위험부담은 커지는 데 자부심조차 느낄 수 없는 필수의료 현장보다는 차라리 금전적 보상이 큰 미용성형 분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의사 소진'을 부르는 행위별수가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의사 소진'을 부르는 행위별수가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박 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왜 미용성형 분야로 쏠리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인 생각에는 의사들이 일을 구할 때 얼마나 위험한지, (학문적으로) 재미가 있는지, 의미가 있는 일인지, 존경받는지를 고려한다. 하지만 존경과 재미는 사라졌고 돈과 위험부담 면에서 위험부담이 커지니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미용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회적으로는 필수의료를 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고 존경을 받으라고 하는데 도저히 거기서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존경은 적고 위험부담만 큰 상황”이라고도 했다.

박 원장은 행위별수가제가 이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봤다. ‘박리다매’식으로 많은 환자를 봐야 돈을 더 많이 받는 구조로는 환자와 신뢰 관계를 쌓기도 힘들고 짦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의료사고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행위별수가제에서 의료인은 환자를 짧게 보고 많은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실수를 할 수밖에 없고 의도치 않게 환자와 의사 간 신뢰 관계 형성도 잘 안된다. 공장을 돌리는 상황으로 의사는 소진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수가 수준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을 바꿔야 의사들이 필수의료 부분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고 존경받으며 일할 수 있다. 그렇게 돼야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새벽까지 수술했던 故주석중 교수…“의사 삶 갈아 넣어 유지”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는 “의사를 갈아 넣어 유지되는”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정확한 추계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는 같은 대학 동료였던 고(故) 주석중 교수를 애도하며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는 같은 대학 동료였던 고(故) 주석중 교수를 애도하며 "의사 삶을 갈아 넣는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조 교수는 지난 1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석중 교수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당일 새벽까지 환자를 수술하고 집으로 갔다가 다시 출근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교수는 “의사들이 본인 삶을 갈아 넣는 형태로 진료해서 유지되는 의료체계”라며 “환자 안전뿐만 아니라 의사 본인의 안전 문제도 결부돼 안타까운 사건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 인력 정책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공급자인 의사 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만큼 자료가 많은 나라가 없지만 문제는 정부가 6개월이나 8개월 만에 데이터를 달라고 하는 데 있다”며 “역학자료도 필요하고 지역적으로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의료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지 등 고민이 필요하다. 정확한 추계가 있어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