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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엇갈린 의료감정 결과 나왔다면 이렇게 대응해야
작성자 : 운영자 등록일 : 2023-05-25

[기고] 엇갈린 의료감정 결과 나왔다면 이렇게 대응해야
2023. 5. 25


동일한 진료기록감정사항에 대해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된 결과를 회신한 경우, 법원이 그 중 한편을 들려면 감정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4월 27일 나왔다(선고 2022다303216).

의료소송에서 각 감정기관마다 서로 다른 감정결과를 회신하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그 중 하나를 그대로 선택해 판결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법무법인 세승 이서형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이서형 변호사

사안은 이러하다. 이 사건의 망인은 요양병원에서 식사를 하다가 쓰러져 사망했고, 유족은 망인이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를 대상으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망인의 사망원인에 관해 상이한 두 감정결과가 회신됐다.

A의료원장은 망인이 ‘질식 이후에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했거나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음식물이 흡인됨에 따라 질식했다’는, 질식과 급성심근경색증 모두 공동의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반면 B대학병원장은 ‘망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이고, 질식이 심정지 원인일 가능성이 없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 결과는 망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된다는 것으로, B대학병원장의 감정결과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었다.

1, 2심에서는 감정결과 중 A의료원장의 감정결과를 채용해 질식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됐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A의료원장의 감정결과를 채용함에 있어, 그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충분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B대학병원장의 감정결과와 부검의견 등이 반증으로 제시된 상황에서 원심법원이 이에 배치되는 A의료원장의 감정결과를 선택하기 위해선 서로 모순된 감정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증거조사를 거쳐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B대학병원장의 감정결과를 뒷받침하는 부검감정서의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검토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원심에서는 이러한 판단 과정이 누락됐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 환송하고 이를 원심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의료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환자의 사망 원인이나 의료과실 여부, 또는 현재 환자의 신체상태 등에 관해 서로 다른 진료기록감정이나 신체감정 결과가 회신되곤 한다. 이 사건과 같이 동일한 민사소송 절차에서 모순되는 감정결과가 회신되기도 하고, 또는 이전에 진행됐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감정결과나 경찰 수사단계에서 진행된 정반대의 감정결과가 증거자료로 제출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의료분쟁중재원의 분쟁해결 절차는 일반 소송과는 달리, 양 당사자 간 의료분쟁의 원만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에 따라 감정절차에 의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대표하는 자, 검사 또는 변호사까지 참여한다. 이처럼 감정의 목적이나 구체적인 감정절차에 차이가 있는데도 그 감정결과가 일반 소송에서 환자의 사망원인이나 의료과실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사실인정의 중요한 자료로 채용되고 있다.

물론 감정은 어디까지나 법관이 감정인(감정기관)의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며, 이 사건처럼 사망 원인이나 또는 의료과실 여부는 궁극적으로 법원이 모든 사정을 참작해 규범적으로 판단한다. 그렇다고 하여 법원이 서로 다른 감정결과 중 어떤 하나를 그대로 취신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같이 동일한 소송절차에서 서로 다른 감정결과가 회신되거나 다른 절차에서 진행됐던 정반대의 감정결과가 증거자료로 제출된 경우, 법원은 어떠한 감정결과를 선택해야 할까. 즉, 상이한 감정결과 중 어떠한 하나를 채용하거나 수개의 감정결과를 종합해 사실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만 할까.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여러 감정결과들이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감정의에 대해 감정회신 사항을 설명하도록 명하거나 감정증인으로의 신문, 사실조회 회신 등을 통하여 서로 다른 내용의 감정결과를 정확하게 밝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법원은 모순된 감정결과들을 면밀히 비교하면서, 자신이 채용하고자 하는 감정결과가 과연 증거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소송 당사자나 대리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사자나 대리인은 법원이 신빙성이 인정된 감정결과에 의거해 판결할 수 있도록 상이하거나 불명료한 감정결과가 무엇인지 주장하는 한편, 법원에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조사를 거칠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의료진의 과실 유무 및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에 관해 정당한 판결이 도출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