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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뉴스/병원경영정보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 소아중환자 분야는 ‘후진국’”
운영자
등록일 2023-04-24
“우리나라가 의료 선진국? 소아중환자 분야는 ‘후진국’”
2023. 4. 24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원 교수는 "열악한 상황으로 교수들이 온몸으로 막고 있다. 사명감만으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이대로는 소아중환자들이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게 불안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의료 선진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소아중환자 분야만큼은 ‘후진국’ 수준이라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아의 사망률에서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아중환자실 사망률이 우리나라와 의료 수준이 비슷한 미국이나 일본보다 2배 정도 높은데 그 원인은 인프라 부족과 시스템 부재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중범 교수는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아중환자실의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병동 진료가 어렵다. 소아중환자가 입원해도 봐줄 의사가 없다. 소아중환자실 야간과 주말 (인력) 공백이 너무 심각하다”며 “버티던 소청과 전문의들이 번 아웃 돼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중증 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지원할 소청과 인력이 없다”며 “1년에 8,000여명이 소아중환자실로 입원하는데 사망률이 미국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소아중환자실 사망률은 지난 2012년 5.5%에서 2018년 4.0%로 1.5%p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소아중환자실 사망률은 2.39%(2014년), 핀란드 1.1%(2016년), 일본 2.6%(2012년), 호주와 뉴질랜드 2.6%(2016년) 등과 비교하면 2배에서 많게는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면서도 소아중환자 사망률 격차를 더 줄이지 못하는 원인은 진료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소아중환자가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소아중환자실과 투입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는 ‘부족’했다.
국내 소아중환자실은 총 13곳으로 상급종합병원 11곳과 종합병원 2곳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 소아중환자 가운데 45.0%만 소아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55.0%는 병상 부족으로 성인 중환자실로 입원한다.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소아중환자실 병상이 25개로 가장 많은 A병원의 인력은 총 7명으로 고정 전담전문의 2명, 전임의 2명, 전공의 3명이다. 반면 A병원과 병상 수가 비슷한 일본 B병원 소아중환자실 전담 인력은 15명으로 2배 더 많다.
조 교수는 “많은 소아가 소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의학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 부족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소아들은 후진국에서 산다.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아중환자실의 열악한 현실을 호소하는 소청과 전문의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벼랑 끝 몰리는 소아중환자들…갈 곳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력 문제다. 지원율 자체가 크게 감소하기도 했지만 전공의 법 시행 이후 인력 증원 없이 전문의들이 막고 있는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 소청과 김경원 교수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을 맞춰주기 위해 병원 차원에서도 노력을 많이 했다. 인력은 5분의 1로 감소했지만 소아중환자 중증도는 더 높아졌고 의료 질도 좋아지면서 의료진 일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력이 추가돼야 하는데 열악한 상황으로 교수들이 온몸으로 막고 있다. 당직을 선 지 1년 정도 됐다. 체력도 떨어져 당직 서고 회복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미래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체력적으로 소청과 의사들의 사명감만으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같은 병원인데도 성인 중환자실에 받아 달라 사정해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받아주질 않는다. 같은 소청과 교수인데도 (소아중환자) 당직은 못 서겠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이해는 되지만 현실은 이렇다. 소아중환자들이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는 게 불안한 현실”이라고도 했다.
소아중환자 의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 질 평가 기준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에 ‘소아중환자실 운영’을 포함시켜 소아중환자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의료 질 지원 보상금이나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이 역할을 해야 한다. 소아중환자실 운영 여부가 점수에 포함이 돼야 한다"며 "소아중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은 모두 번 아웃이 심하다. 그런 면에서도 빨리 소아중증 진료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경북대병원 김여향 교수는 “소아중환자의학은 침몰하는 배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방법을 찾기에는 너무 많이 침몰해 버린 상태”라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이들도 몇 명 남지 않았고 새롭게 지원하는 사람들은 없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혁신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희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마음이 무겁다. 소아중환자는 필수의료 대책이면서 소아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관심이 많고 의무감도 있다. 정책 할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정부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수가나 재정적 인센티브가 있고 평가 기준에 넣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있는데 공공에 대한 부족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이런 기준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현장과 소통하며 충분히 정책적인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출처 :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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