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해 살인자 됐다” 의사 고소…제2 보라매 사건?2023. 4. 5연명의료를 중단해 상해치상이 아닌 상해치사죄로 처벌 받았다며 가해자가 담당 의사를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청년의사).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 3명이 고소당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를 고소한 사람은 연명의료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로, 연명의료 대상이었던 환자를 때려 뇌사에 빠뜨린 가해자다.경남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인 A씨는 지난 2021년 3월 15일 같은 주거지에서 지내던 B씨와 술을 마시다 싸움이 나면서 그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에 빠졌다.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이후 뇌사에 빠진 B씨는 연명의료 중단 대상이었고 첫째 아들은 이에 동의했고 당시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둘째 아들의 장애진단서도 제출했다. 둘째 아들은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이에 병원은 B씨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사건 발생 5일 뒤인 2021년 3월 20일 B씨는 사망했다.그러자 A씨의 범죄 혐의는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바뀌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그렇게 형을 살던 A씨는 1년 뒤인 지난 1월, 병원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잘못 내려 자신이 상해치상이 아닌 상해치사죄로 처벌 받고 있다며 담당 의사 3명을 고소했다. 둘째 아들의 경우 직접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장애진단서만 제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사건을 맡은 마산동부경찰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장애진단서만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지 질의해 회신을 받은 상태다.마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5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장애진단서가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효력이 있느냐 등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질의해 회신을 받았지만 답변이 모호하다”며 “의사와 참고인 등 수사를 진행해 그에 따라 고소당한 의사를 검찰로 송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같은 사건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에서는 ‘제2의 보라매병원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지난 1997년 12월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당시 환자의 부인 요구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들이 살인방조죄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후 의료계 내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을 꺼리는 풍토가 조성됐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009년 대법원이 연명의료 중단을 허락한 ‘김 할머니 사건’ 이후에야 바뀌기 시작했고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제도화됐다.전문가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의학적으로 사망 상태에 가까운 뇌사로 판정된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로, 범죄자의 형사 처벌 수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별개 문제라고 했다.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문재영 교수는 “(이번 사건 관련) 병원이 연명의료 결정 절차를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 뇌사 상태인 환자였고 의학적으로 사망 상태에 가깝다. 뇌사인 환자를 (연명의료를 하지 않고) 그냥 두면 사망한다”며 “둘째 아들이 신체장애 등으로 경남 지역 병원까지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장애진단서만 제출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한국의료윤리학회 재무이사로 의료기관윤리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안착에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문 교수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의료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부모의 학대로 뇌사에 빠진 아이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 보호자이면서 가해자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문 교수는 “아이를 학대해 뇌사에 빠지게 한 가해자가 부모 중 한 명일 때가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동의해서 연명의료 중단으로 아이가 사망하면 가해자의 범죄 혐의가 달라진다”며 “이런 경우 검찰 쪽에 물어보기도 한다. 검사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는 의료기관윤리위에서 판단할 문제이고 범죄 혐의가 달라진다는 문제에 영향을 받지 말고 의학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문 교수는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의료 현장에서는 많이 생기는 문제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치료를 지속해도 사망할 수밖에 없기에 중단하라는 취지로 그 결정에 따라 범죄 혐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쪽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